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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빵집 같은 소소한 캐나다 소식
캐나다 뉴스

"귀신 씌었다"...굿값에 전 재산 날린 캐나다인.

by 단풍당 2024. 6. 24.

 

한국에서도 로또 굿이다 퇴마 굿이다 해서 사기죄로 무당을 기소하는 경우를 신문에서 종종 볼 수 있죠. 바로 당신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어디선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무속인 사기 신문기사

 

무당들이 찾아온 사람에게 가장 처음 하는 말은 바로 이거죠.

나는 전혀 생각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어떤 위기가 당신에게 닥칠 것을 알려주죠. 예고라기보다는 통보 혹은 고지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 같습니다.

확신에 찬 무당의 말투는 상대방을 현혹하기 딱 좋습니다. 논리적인 접근이나 근거는 전혀 없는데 희한하게 믿게 되는 거죠. 아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면 보통 따귀라도 한대 날릴 만한데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참 신기한 게 사람의 마음이라, 마음 한 쪽 구석에서는 찝찝함과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내가 지금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나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다치거나 잘못된 일을 당할 것 같은 걱정이 드는 거죠.

보통 이런 믿음의 시작은 어느 재벌 집 사모님이 이 분 덕분에 위기나 병을 이겨냈다는 이야기 이거나, 이 분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누가 회사나 정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믿음의 근거가 되곤 합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다시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지만, 빠져들어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게 사실처럼 보이고 들리게 마련이죠. 한마디로 가스라이팅을 당해 상대에게 말려들고 경제적 더 심각한 경우에는 성적 착취까지 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선진국 캐나다는 어떨까요?

정확히 무당이라고 불리지는 않지만 여기서는 심령 술사와 점성술사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캐나다 무당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름만 다를 뿐 완전히 동일 업종이라고 말할만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사기 치는 수법마저 동일하니 캐나다 무당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GTA 지역에 가보면 심령 술사, 점성술사라고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 식으로 치면 처녀보살, 박수무당, 물어보살같이 동네 상가 건물 어딘가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보살 집들이 같은 경우죠.

아! GTA라는 용어를 먼저 설명해 드려야 하는 걸 깜박했네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범죄자 아바타를 성공한 마피아로 키우는 게임 GTA가 생각나실 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광역 토론토 지역을 보통 캐나다 사람들은 줄여서 GTA(Greater Toronto Area) 라고 부릅니다.

 

토론토에 사는 마리(가명) 씨는 캐나다 무당에게 걸려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전 재산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지난해 10월 이혼에 우울증까지 겹친 그녀는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용하다는 캐나다 무당, 심령 술사를 찾아갔습니다.

사건의 캐나다 무당집 명함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심령 술사는 처음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해 주다가, 나쁜 소식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캐나다 무당집 스트리트뷰

 

지금 당신에게는 액이 껴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신뿐 아니라, 당신 아들의 목숨 역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횡액, 캐나다 용어로는 악령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한 거죠. 당신을 망치는 어떤 흑마법이 있다는 것이었죠.

한마디로 귀신이 씌었다는 걸 뜻했죠.

"분위기 보면 집 앞 마당이나 아파트 주차장에서 굿이도 한판 거하게 시작했을지 모르겠네"라고, 그렇게 생각하다면 정답입니다.


처음에는 조금의 돈을 받고 퇴마술을 해주던 무당 마하 데브 씨가 악령이 생각한 것보다 강력한 것 같다며, 조금씩 돈을 더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악령이 항아리에 봉인되었으니 빨리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항아리를 버려 악령의 숨통을 끊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위가 모두 끝나고 그는 부적을 한 장 써줬습니다. 금박 포일을 액자에 담아준 것이죠. 뭔가 한국 부적은 그래도 노란색 종이에 글자라도 써주는데 이건 좀 너무 한거 아닌가 싶은 조악한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웃기지만 그 당시에 마리 씨는 진지했을 겁니다.

캐나다 무당은 호일 조각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이 호일 조각이 그녀를 보호해 줄 것이고 앞으로 하는 일들은 만사형통이라고 말해줬다고 합니다.

캐나다 부적
 

 

로또도 당첨될 거고, 무슨 일이든 잘 되며,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죠. 이렇게 해서 그녀에게서 갈취해 간 돈은 4만 6천 달러, 한국 돈 약 4,600만 원에 달했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당 마하 데브 씨는 마리 씨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악령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살아돌아왔으니, 2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쯤 되면 그 악령이 이 무당 새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제야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언론에 제보를 한 것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무당 마하 데브 씨는 자신은 마리라는 사람을 전혀 모른다고 언론에서 밝혔습니다.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왜 찾아왔느냐는 거죠. 금박 포일로 된 부적까지 써주고 이제는 모른다고 한 거죠.

이후 6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사기를 당했던 마리 씨는 무당으로부터 $46,000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뉴스를 접하고 너무 소름이 돋았습니다. 사기 수법이 한국과 너무 동일했기 때문인데요. 이쯤되면 세상 어딘가에는 사기 수법만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나라와 인종, 언어가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K-무속인들이 영어만 배우면 캐나다에서도 영업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에, 무당들은 일종의 종교적 역할과 심리 상담사와 같은 역할을 했었습니다. 어려움 마음을 해결해 주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완벽한 타인에게 이야기 함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만약 정말 그들이 미래를 맞출 수 있었다면 비트코인이 100 원할 때 미리 사놓고, 이미 수조원 하는 코인 부자가 되어있지 않았을까요? 워런 버핏이 무속인에게 투자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저도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놀랍게도 마리(가명) 씨는 기독교 인인 듯...